
엠에센 창을 통해 멀리 미국땅에서 가볍게 들어온 타이핑.. 'ㅋㅋ’'이 눈에 밟혔다. 'ㅠ.ㅠ' 또는 '-.-' 정도였다면 차라리 나았을까. 나는 키읔에 정체모를 서운함을 느끼고있었다. 고작 키읔에..
그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닿으려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던 내 처음 사람이다. 우린 너무 멀리 떨어져있었다. 서로 해야 할 것들이 넘쳤던 시절이었다. 서로에게 욕심을 내자니 다른 욕심이 보였고, 그저 버리자니 아까웠다. 좋아하는 마음이 하늘을 찔러 숨이 찰 지경이었는데 그 감정을 현실 안에 녹이는 법을 몰랐다.
우리는... 서로의 눈빛을 바라볼 수 없어 꽤 자주 목소리를 들었고 수화기 너머로 커플 반지를 끼고 있는지 집주소는 외우는지 메일을 확인 했는지 답장은 썼는지 등등 소소한 것들을 확인했다. 행여 반지를 빼놓고 있을 때면 검지 손톱으로 수화기를 ‘톡톡’ 두드리며 반지에서 나는 소리 비슷한 것을 만들어 들려줬고, 너무 길어 잘 외워지지 않았던 집 주소는 따로 적어 전화기 옆 어느 곳엔가 항상 뒀다. 그렇게 확인주고, 안심시키는 것이 사랑이라 믿었던 때였다.
그가 오랜 시간 정성들여 구워준 자신의 favorite music CD 들은 내가 홀로 떠난 첫 유럽여행 길의 유일한 친구였다. 그 중에도 그가 가장 좋아했고 나 역시 귀가 닳도록 들었던 노래가 1년여만에 재회해 함께 들어간 커피숍에서 흘러나왔을 때 서로를 쳐다보며 찌리릿해 했던 그 순간은 여전히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후 다시 연락이 닿긴 했지만 얼굴을 마주한 것은 아니었다. 공기처럼 일상이 되어버린 msn과 이메일 서너 줄 정도로 안부를 묻는 것이 고작이었다. 배꼽을 누르면 “I love you! “ 대신 말해주던 곰돌이 인형의 도움으로 수줍게 사랑을 고백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기엔 서로의 갈 길로 충분히 간 뒤였다. 그럼에도 그의 결혼 소식은 새로운 우울함을 선사하더라. 감정이란 게 이래서 신기한거다.
그가 건네준 장난스런 팔찌는 변함없이 저기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데...그는 곧 결혼을 한다. 나, 사랑에 냉소 짓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세상의 남자는 멋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더욱 절절한 사랑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저렇게 예쁜 추억을 안겨준 처음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First Love 행복하게..잘..살아요.
후. 우리는 우연찮게도 밭으게 닿은 날..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다. 수줍지만 어여쁜 첫 사랑의 기억은 우리 둘에게 친구끼리 나눌 법한 우정과 닮은 감정을 남겼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아깝고 고맙다. 잘 살자. Ja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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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결혼한다고 말할 때의 그 느낌은 묘하죠. 남자랑 여자는 약간 다를 수도 있겠네요. 저처럼 이성적인 남자도 그 결혼식 깽판놀 생각을 매우 진지하게 했었으니깐. 어떻게? 꼬마애 하나를 섭외해서 (연기지망생이면 더 좋죠) 웨딩드레스 입은 첫사랑 그녀에게 달려가서 "엄마~ 엄마~ 어디가..." 라고 울며불며 외치는 훈련을 잘 시킨 다음, 수척해 보이는 모습으로 들어가서 (바바리코트 이런거 도움됨) "철수야, 이제 그만 하라고 했잖아! 엄마는 더이상 우리랑 같이 살 수 없다구... 아빠가 몇번 말해야 알아들어..." 라고 말하면서 애를 데리고 씁쓸한 표정으로 나오는 거죠. 참내.. 그땐 사뭇 진지하게 플롯을 짰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매우 매우 유치하군요. ;;;
ㅎㅎ 재밌어요. '수척해 보이는 모습'이랑..'바바리 코트' 요런 디테일함이 마음에 들어요. 근데 첫사랑 여자가 한 수 위라 사전 모의를 모두 알고서 꼬마의 가짜 엄마를 섭외해 놨다면..? 늙그막한 여자가 뒤늦게 등장, "아가야..엄마 여기잖니..여기서 이러면 못써! 죄송합니다.."하면서 꼬마을 들어안고 퇴장한다면..어때요? 유치하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