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에 해당되는 글 20

  1. 2008/12/09 대학에 가면 남자가 줄을 선다고!? (9) _ 슈테른
  2. 2008/12/05 이런 거.. 하자고 하면 도망갈거지? (2) _ 애플
  3. 2008/11/27 그 남자의 팔찌 (0) _ 애플
  4. 2008/11/19 결혼 후 ‘사랑’은 사치일까 (4) _ 애플
  5. 2008/10/09 존레논과 같다면, 당신도 로맨티스트? (5) _ 애플

"얘들아, 대학에 가면 니들 뒤로 남자가 줄을 서거든!?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렴."

 

선생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믿지 않거나, 일단 의심부터 하곤 했던 내가 선생님의 저 문장 하나만큼은 철썩같이 믿었다.

 

나는 초,중,고를 모두 '남녀공학'에 다닌'행운아'이면서, 동시에 그 비일비재한 연애사건 중 어느 하나의 주인공도 되어보지 못한 '불운아'이기도 했다. 어떻게 해도 정리가 되지 않는 나의 뻗친 단발머리와 위아랫니에 나란히 사이좋게 깔려 있던 치아 교정기. 이리보고 저리봐도 볼 품 없었던 내가 저슬픈 운명의 길을 걸었던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도 성인이 되서 머리를 마음껏 기를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스무살이 되기 전에 교정기도 모두 철수시킬 예정이었기에, 나 역시 예뻐질 것이고, 선생님 말씀대로 내 뒤에도 남자들이 줄을 설 날이 오리라 '굳게' 믿었다.

 

줄을 서시오!!!

 

대학에 가보니 사람들이 정말 여기저기 줄을 섰다. 여자 신입생을 보는 선배들의 눈은 누구보다 초롱초롱하게 빛났고, 이에 질세라 남자 동기 녀석들도 여기저기 줄을 섰다. 그러나, 신기하고 들뜬 마음으로 바라보던 것도 잠시. 내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라. 아무도..... 그 줄!! 내가 섰다. 요즘 말마따나, 이게 뭥미.

 

유난히 인기가 많았던 K선배 뒤에 줄을 서서, 예쁜 친구에게 밀리고 잘난 친구에게 밀리며 눈물과 아픔으로 점철된 시절을 보냈다. 핑크빛으로 물들 줄 알았던 내 스무살의 사랑이 그후로로 오랫동안 참 많이 아팠다. 선생님은 거짓말쟁이. 아니, 내가 누굴 탓하겠는가. 다른거 다 믿어도 믿지 않아야 할 단 한 문장을 믿어버린 내가 바보다.

 

그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열심히 줄을 섰다. 그 줄이... 참~~~ 안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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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자유로운 보헤미안을 꿈꾸는..., 22세기 배우

다시 꺼내 쳐다보기조차 힘들었던 레이첼야마카타 Rachael Yamagata 를 무덤덤히 듣고 있다.

그럴 때도 됐다. 시간이 꽤 흘렀으니까.

Fleur, Henri Matisse

 

늘 같이 있는 거.

할 얘기가 넘쳐서 시도 때도 없이 수다떠는 거.

계속 보고 싶고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궁금한 거.

같이 웃고 같이 먹고 같이 자는 거.

묻으면 닦아주고 털어주고 힘들어하면 만져주고 쓰다듬는 거.

얘기하다 잠들고 얘기하다 아침 맞는 거. 그래도 하나도 안피곤하고 안아까운거.

바라보다 발을 삐끗하고 넘어질뻔하니까 낄낄거리는 거.

죽이고 싶을 만큼 질투가 나는 거.

가끔은 정말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의심하는 거. 대답 듣고 안심하는 거.

다툰 날은 손에 아무것도 안 잡히는거.

무작정 집 앞에 찾아가 스무 시간씩 기다리고서라도 얼굴 마주 하는 거.

그럼 말없이 그냥 꼭 안아주는 거.

안 미안해도 미안하다 먼저 말하는 거.

심통내면 간질여 웃게 만들어 주는 거.

예쁘다 멋지다 최고다 아낌없이 뱉는 거.

머리에 리본 달고 깜짝 선물쑈 하는 거. 유치하다고 면박 주면 삐치는 거.

삐치면 토닥토닥 엉덩이 만져주는 거.

...

 

맨날맨날 이러는 거...

 

 

.......

 

이런 거.. 하자고 하면 피곤해 도망갈 거지?

도망가면..쫓아갈거같아. 나 아마..그럴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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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사랑을 꿈꾸는 사과... 22세기 감독

그 남자의 팔찌

아침 같이 먹을래? | 2008/11/27 16:24 | 애플

쉼 없이 웃고 웃었던 내가 그리워 오래된 앨범을 펼쳤다. 그리고 뜻밖에 사진 한 장을 만났다. 잊고 있었던 한 때. 그 남자의 팔찌를 차고 환하게 웃고 있는 내가 있었다. 그는 “지금은 곁에 없지만 언제나 네 곁에 있는 거야. 잊지 말고 항상 기억해.” 하며 자신이 차고 있던 남색 팔찌를 풀어 내 손목으로 옮겨와 채워줬다.

 

lovers and lautrec

 

그와는 만난 지 한달 만에 헤어져야 했다. 일년 뒤의 만남을 기약했지만 서로를 뒤로 하고 아주 멀고 긴 일년 뒤를 기다리는 것은 슬프고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매일같이 마치 주문을 외듯, 마술을 부리듯, 기적을 부르듯 그 팔찌를 품에 지녔다. 팔찌는 그를 만지고 보고 안는 듯해 작은 위로가 됐다.

 

그와 만난 3여 년 동안 우리가 눈을 맞춘 건 몇 달이 채 안 된다. 하지만 하루가 24시간이라 25시간씩 국제전화를 했던 우리는 주어진 온 시간을 서로에게 할애했다. 돌이켜보면 한가지에 모든걸 걸었던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미소가 아른거리고, 항상 잘 지냈으면 좋겠고, 우연이라도 마주친다면  그때의 너와 내가 돼 개구쟁이 웃음을 주고 받을 것만 같다. 이 모든게 원 없이 사랑하고 아낌없이 다 줬기 때문이다.

 

내가 한 사랑이지만…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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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사랑을 꿈꾸는 사과... 22세기 감독

참… 요즘은 ‘굿 키서 Good Kisser’ 같은 로맨틱한 것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어 이 매력적인 블로그에 포스팅을 못하고 있었는데.. 슈테른 양이 가을을 타는건지 뭐가 바쁜건지 너무 오래 방치시켜 어렵사리 달려들어야겠다.

 

 

음..최근 내 고민이기도 한 결혼 생활 속 ‘사랑’ 에 대해 얘길 해볼까. 흔히 먼저 결혼한 선배들이 조언이나 덕담 삼아 건네는 “결혼해서 살아봐라.” 라는 말 속엔 뼈가 있다. 그게 바로 ‘현실’이다. ‘결혼은 곧 현실’ 이라는 얘기가 괜히 떠도는 게 아닌 이유다.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현실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이지만, 나는 어쩐지 그것과 조금 먼 삶을 살았었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이를테면 빨래를 개고 널고 하는 것, 행주를 삶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마실 물을 끊이고, 찬 밥을 처리하고, 냉장고 냄새제거재를 점검하는 따위의 일상을 몰랐다.

 

다시 태어나도 사랑하고픈 그와 하루도 떨어지기 싫어 감행한 ‘결혼’ 이후 매일같이 살 비비며 사는 게 꿈처럼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행주는 빨았니? 빨래는 세 번씩 헹궜어? 변기 때 벗기기엔 X락스가 낫지 않을까.” 이런 소소한 것들을 공유해야 하는 삶이 결혼이었다. 이것이 싫다는 것은 아니고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 집에 살면서 떨어질 일이 없으니 한번 더 안아주고 두 번 더 쳐다보고 세 번 더 뽀뽀하고 네 번 더 볼 비비는 것은 우스울 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 생활에서 이런 관심과 표현이 생활에 녹아 들게 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급기야 어쩌면 불가능하거나, 절반의 포기 후에나 만족이 가능하거나 또 어쩌면… 이 모든 게 사치일 수도 있다는 우울한 생각에 다다른거다.

 

문득 우리의 삶이 그저 공간의 공유로만 느껴지는 어떤 날이 되면, 나는 마구 히스테리를 부리다 훌쩍 집을 나가 동네를 배회하곤 한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이미 잠든 남편의 깊은 숨소리를 귓등으로 흘려 보내며 더욱 어둡고 푸르스름한 새벽을 보낸다. 아이가 생겼으니, 나의 고민은 더 커졌다. 이제는 “아기가 오늘은 젖을 잘 먹어, 응가를 한번도 안했는데 걱정이네, 예방접종 가야하는데 병원 예약해 놓을게.” 라는 육아 대화만이 수북이 쌓여간다.

 

이쯤 되면 한번 더 안아주고 두 번 더 쳐다보고 세 번 더 뽀뽀하고 네 번 더 볼 비비는 짓은 누가 들으면 한심하다 할지 모르고, 어쩌면 마음보다도 육체적으로 고단한 짓이며.. 깜빡 잊을 수도 있는 대수롭지 않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을 거다. 그러니, 존 레논을 닮은 나의 로맨티스트적 성향은 지금 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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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년차인 주영훈의 어린 아내가 말했다. "상대를 존경하고, 언제든 그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는 마음으로 산다면 지금처럼 다투지않고 행복하게 살것에요~"

 

옆에서 듣던 결혼 15년차 노사연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시늉을 하더니 .. "이 남자는 내 남자가 아니다 이 남자는 내 남자가 아니다 이 남자는 내 남자가 아니다.." 출연진 모두가 폭소를 터트렸고, TV를 보던 나 역시 낄낄대고 웃어버렸다. 나, 예전같았음 어머! 말도안된다며 저게 사실이라면 정말 슬플거 같다느니 사랑하는 게 두렵네 어쩌네 하며 호들갑을 떨었을텐데.. 급속도로 아줌마스러워지는 건 아닌 지 걱정이 앞섰다.

 

 

그날밤, 예전에 읽던 요절한 예술가를 다룬 책 <짧은 영광, 그래서 더 슬픈 영혼>을 다시 펼치자 존 레논의 얘기가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그의 얘기에 동의하는 나는 다행스럽게도 (아니 어쩌면 불행하게도?) 여전히 로맨티스트다.

 

"당신이 만약 당신의 진정한 여자를 만났다고 생각해 보라. 더 이상 바에 가서 다른 사내들과 당구를 치거나 축구를 구경하고 싶겠는가. 물론 어떤 남자들은 그런 친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진정한 여자를 만난 순간 그동안 맺어 왔던 다른 모든 인간관계들이 다 의미 없어지고 말았다."

- 존 레논-

 

ps. 존 레논의 방식에 힘겹고 버거워 할 슈테른 양이 떠오른다. 역시 우린 다르다며.. 진한 우정으로 승화된 우리의 관계가 다행이지..다시 태어나면 반반 섞은 너와 나로 만나자 등.. 항상 하는 그 얘기를 언제쯤 얼굴 보고 한번 더 털어놓을 수 있을까. 광화문 떡볶이는 언제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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