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이 넘으니 서울이 부쩍 좁게 느껴진다. 서울 하늘 아래 지난 인연과 마주치지 않는 길이 없으니... 어느 노래의 가삿말처럼 '마냥 걷다보면 추억을 또 마주치는' 좁고 좁은 서울의 거리.

 

강남역을 걷고 있자니 문 닫힌 빌딩 옆에서 남몰래 나눈 키스가 생각나고, 종로를 걷고 있자니 그와 함께 마신 막걸리 맛이 입안을 맴맴돈다. 대학로에는 내가 졸졸 쫓아다니던 빨간 모자 오빠의 뒷모습이 보이고, 홍대앞 삼거리에는 나를 보며 손을 흔들던 그 남자가 아직도 그자리에 서 있다. 광화문 사거리에 남아 있는 선배의 향기를 맡으며 걷고 있노라니 청계천 바위에 앉아 있는 남자 세 명이 우르르 떠오른다. 어이쿠! 너를 만나도 그가 생각나고, 그를 만나도 너를 생각 할 수 밖에 없는 참 좁은 서울.

 

'쪽쪽' 소리가 들리는 청계천

 

그 남자들도 그곳을 지나치며 나와의 추억을 마주치며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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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보헤미안을 꿈꾸는..., 22세기 배우

몰래 훔쳐 읽은 그들의 사랑얘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신과 나는 무릎이 닮아 있었습니다' 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와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그건 바로 엉성한 젓가락질이었다. 나는 밥을 먹다 자주 반찬을 놓쳤고 그래도 나보다 나은 그가 삐뚜름한 젓가락질로 반찬을 집어 밥 그릇 안으로 밀어 넣어 주곤 했다. 아, 종종 얼굴이 닮았다는 얘기와 남매냐는 질문을 듣기도 했었지..

 

 

나와 닮은 그가 참 많이 좋았던 거 같다. 너무 좋았기 때문에 끝없이 궁금했었던 것도 같다. 아침엔 잘 일어났는지 출근 길이 힘들진 않았는지 저녁 약속 장소는 어딘지 내가 보고 싶지는 않은지.. 이런 내 사랑엔 여백이 없었다. 꽉 차고도 넘쳤고 작은 틈 하나도 용납 못해 숨이 막혀 질식할 것만 같아도 그것이 바로 뜨거운 사랑, 바로 그거라고 믿었다.

 

이런 내게 오늘 만난 누군가 얘기한다 .. ‘사랑은 일생을 다해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에 놓여있는 여백’이라고. 머리가 띵하다. 여백을 닮은 사랑이라니… .

 

 

PS. 김경주 <패스포트>를 읽다가..

너를 알고 싶어..

계속 찾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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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사랑을 꿈꾸는 사과... 22세기 감독

황군이 떠오른다. 찬 바람을 맞으며 가로등불 아래서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던 황군. 인생의 8할이 슬픈 사랑의 기억으로 얼룩져 있지만 얼마되지 않는 2할의 낭만적인 기억이 나에게도 있다.

 

이 깊은 시각. 문득 나를 잠못이루게하는 황군. 잘 지내고 있니?

 

 

*

 

황군과는 그렇게 친하지도 친하지 않지도 않은 그저그런 사이였다. 같은 동아리 친구이기는 했으나, 변변하게 말 한 번 제대로 섞어보지 못한 미적지근한 친구였다.

 

딱 한 번, 황군과 뮤지컬 '사랑을 비를 타고'를 보러 간적은 있었다. 이미 고등학교때 본 뮤지컬이었지만, 황군의 공연 관람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던 건, 꽤 괜찮게 보았던 공연을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단 둘이 보러 간다고는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기에 흔쾌히 황군의 제안에 동의를 표했다.

 

동아리 선배들과 함께 학교에서 나와 귀가하던 중, 우연히 좌석버스에서 황군 옆자리에 앉게 된 나는 황군의 뮤지컬 관람 제안에, 좋다고 환호하며 앞,뒤,옆으로 앉아 있는 모든 동아리 사람들에게 다같이 보자고 떠들어댔다. 니들끼리 봐라, 나는 별로 관심 없다며 사양하는 선배들은 이미 황군이 나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걸 나는 한참이 지난 이후에야 들었다. 나같은 눈치쟁이가 몰랐다면 믿겠냐마는 나는 하늘에 맹새코 황군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공연을 관람한 이후에도 황군은 나에게 별다르게 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쯤 겨울방학이 막 시작되었던 것 같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는 외출을 했다. 집에 있는 것이 무슨 죄라도 되듯, 지겨운 고등학교 생활에 분풀이 하듯 계속되는 외출. 눈만 뜨면 집을 나섰고, 달이 뜨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귀가하는게 내 일상이었다.

 

어느날, 12시 좀 넘어 집에 왔을까. 주무시는 부모님이 깰까 조심스레 욕실과 내 방을 오가며 잠잘 준비를 했다. 집안의 고요함을 유지한 채 나는 스르륵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침대 머리맡에 이는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집에 오는 길에 받은 삐삐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황군이었다. 우리집 근처에 왔다가 잠깐 보고 갈까 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며 아직 귀가를 안한 것 같은데, 올때까지 기다릴테니 들어가기 전에 자기를 보고 가라는 내용이었다. 난 이미 집에 들어왔구먼 어디서 기다렸다는거야? 

 

그 날은 정말 추웠다. 시간이 좀 지난 메세지이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베란다 창밖을 통해 바깥을 살폈다. 저 멀리 사람이 있는듯도 하고 없는 듯도 했다. 걱정하며 잠드느니 그래도 잠깐 나가서 확인이라도 하고 오는게 낫겠다 싶어 잠옷 위에 커다란 코트를 입고 흐트러진 머리를 질끈 동여맸다. 짙어지는 추위에 오들오들 온몸이 절로 떨렸다.

 

아파트 단지 모퉁이 가로등 아래 황군이 서 있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두 갈래의 길 사이에서 황군과 내가 마주치지 못했던 것이었다. 시간이 늦었는데 지하철은 다니냐며, 버스는 있냐며 걱정하는 내게, 황군은 몸 뒤로 숨겨둔 꽃다발을 불쑥 내밀었다. '나 너 좋아해'

 

이보다 명쾌한 고백이 있을 수 있을까. 내가 왜 너의 집앞에 와 있는지, 이 추위에 몇시간을 왜 기다렸는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도 거의 없었다. 니가 좋다는 한 마디가 황군이 하고 싶은 말의 전부였다.

 

황군은 캐나다 이민을 앞두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모두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가기 위한 준비하고 있었으며, 출국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유학도 아닌 이민. 가깝지도 않은 바다 건너 저 멀리 캐나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대도 그가 고백을 해 온 이유는 아주 단순하게도 마음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어색한 대화가 오갔고, 잠시 후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 황군은 나에게 편지 한 통을 건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이불을 덮고 엎드려 황군의 편지를 읽었다.

 

가족들이 이민을 결정했을 때, 나는 죽어도 갈 수 없다며 떼를 쓰고 한국에서 혼자 남아 살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캐나다로 떠나게 되었다고 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친해지면, 나중에서야 마음을 얘기하려 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이른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황군. 너는 나의 첫사랑이라며 또박또박 써 내려간 글씨. 녀석의 마음이 짠하게 전해져왔다.

 

 

수줍으면서도 당당한 고백을 남긴 황군은, 그 해 겨울이 끝나기 전 캐나다로 떠났고, 그 작은 고백은 나의 역사 속에 묻혀져갔다.

 

 

*

 

나는 다른 남자들을 만나 연애를 하고, 이별 하기를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황군 역시 그렇게 살고 있겠지? 한 번도 그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낀 적 없지만, 그의 고백만큼은 그립다.

 

상대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이리저리 재고, 눈치를 보다가 아닌 것 같으면 말고 느낌이 온다 싶으면 연애가 시작되는 사랑에 묻혀 지내는 중에 문득문득, 황군의 명확하기 이를데 없는 고백이 살아 돌아오는 시대를 기다린다. 아니, 그 시대는 계속되고 있지만 내 나이가 고백을 잃어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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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보헤미안을 꿈꾸는..., 22세기 배우

"얘들아, 대학에 가면 니들 뒤로 남자가 줄을 서거든!?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렴."

 

선생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믿지 않거나, 일단 의심부터 하곤 했던 내가 선생님의 저 문장 하나만큼은 철썩같이 믿었다.

 

나는 초,중,고를 모두 '남녀공학'에 다닌'행운아'이면서, 동시에 그 비일비재한 연애사건 중 어느 하나의 주인공도 되어보지 못한 '불운아'이기도 했다. 어떻게 해도 정리가 되지 않는 나의 뻗친 단발머리와 위아랫니에 나란히 사이좋게 깔려 있던 치아 교정기. 이리보고 저리봐도 볼 품 없었던 내가 저슬픈 운명의 길을 걸었던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도 성인이 되서 머리를 마음껏 기를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스무살이 되기 전에 교정기도 모두 철수시킬 예정이었기에, 나 역시 예뻐질 것이고, 선생님 말씀대로 내 뒤에도 남자들이 줄을 설 날이 오리라 '굳게' 믿었다.

 

줄을 서시오!!!

 

대학에 가보니 사람들이 정말 여기저기 줄을 섰다. 여자 신입생을 보는 선배들의 눈은 누구보다 초롱초롱하게 빛났고, 이에 질세라 남자 동기 녀석들도 여기저기 줄을 섰다. 그러나, 신기하고 들뜬 마음으로 바라보던 것도 잠시. 내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라. 아무도..... 그 줄!! 내가 섰다. 요즘 말마따나, 이게 뭥미.

 

유난히 인기가 많았던 K선배 뒤에 줄을 서서, 예쁜 친구에게 밀리고 잘난 친구에게 밀리며 눈물과 아픔으로 점철된 시절을 보냈다. 핑크빛으로 물들 줄 알았던 내 스무살의 사랑이 그후로로 오랫동안 참 많이 아팠다. 선생님은 거짓말쟁이. 아니, 내가 누굴 탓하겠는가. 다른거 다 믿어도 믿지 않아야 할 단 한 문장을 믿어버린 내가 바보다.

 

그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열심히 줄을 섰다. 그 줄이... 참~~~ 안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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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보헤미안을 꿈꾸는..., 22세기 배우

다시 꺼내 쳐다보기조차 힘들었던 레이첼야마카타 Rachael Yamagata 를 무덤덤히 듣고 있다.

그럴 때도 됐다. 시간이 꽤 흘렀으니까.

Fleur, Henri Matisse

 

늘 같이 있는 거.

할 얘기가 넘쳐서 시도 때도 없이 수다떠는 거.

계속 보고 싶고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궁금한 거.

같이 웃고 같이 먹고 같이 자는 거.

묻으면 닦아주고 털어주고 힘들어하면 만져주고 쓰다듬는 거.

얘기하다 잠들고 얘기하다 아침 맞는 거. 그래도 하나도 안피곤하고 안아까운거.

바라보다 발을 삐끗하고 넘어질뻔하니까 낄낄거리는 거.

죽이고 싶을 만큼 질투가 나는 거.

가끔은 정말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의심하는 거. 대답 듣고 안심하는 거.

다툰 날은 손에 아무것도 안 잡히는거.

무작정 집 앞에 찾아가 스무 시간씩 기다리고서라도 얼굴 마주 하는 거.

그럼 말없이 그냥 꼭 안아주는 거.

안 미안해도 미안하다 먼저 말하는 거.

심통내면 간질여 웃게 만들어 주는 거.

예쁘다 멋지다 최고다 아낌없이 뱉는 거.

머리에 리본 달고 깜짝 선물쑈 하는 거. 유치하다고 면박 주면 삐치는 거.

삐치면 토닥토닥 엉덩이 만져주는 거.

...

 

맨날맨날 이러는 거...

 

 

.......

 

이런 거.. 하자고 하면 피곤해 도망갈 거지?

도망가면..쫓아갈거같아. 나 아마..그럴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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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사랑을 꿈꾸는 사과... 22세기 감독